나의 등산이야기

[일상/등산] 나의 한라산 등반기

오늘의똘 2022. 11. 30. 22:28

올 상반기는 이상하게도 참 마음이 힘들었다.
누가봐도 힘들만한 일 하나 없이 안정적인 직장과 젊은 나이에

모자랄 것 없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맘껏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마치 99개를 가진 사람이 하나가 모자라 그 모자란 하나를 불평하는 것 마냥 느껴지기도 했다.
뭐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입장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무튼 간에, 현실에 지치고 있을 때쯤 우연히 대학동기의 한라산 등반 포스팅을 보고
‘아 그래, 저거다!’ 싶어 한라산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한참 바쁜 시즌을 끝내놓고 기다리던 휴가를 1주일 앞두고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와 이렇게 되는 일이 없다니 라며 진짜 올해는 왜 이러냐를 연발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그 일정에 갔었더라도
가을 태풍 힌남노로 입산은 금지여서 오르지 못했을거다. 덕분에 (?) 나 홀로 가게된 제주, 그리고 한라산

성판악 코스는 완만한 반면 관음사 코스에 비해 거리가 길고, 숲길이라 등반과정에 

경치가 터지는 포인트는 많지 않다고 하여 과감하게, 관음사 코스로 시작하여 성판악 코스로 하산을 결정했다.

 

시작은 오전 6시 10분경 등산로 입구에 도착

[관음사 탐방로 입구]

일찍 탐방을 시작할 예정이라 한라산 탐방코스에서 가장 가까운 난타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카카오택시로 탐방로 입구까지 이용하였다.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호텔에서 탐방로 까지는 약 15분정도 걸렸다. 

 

 

입구부터 바로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고, 평탄한 숲길이 시작된다.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로 새벽 일찍 탐방을 시작하니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탐라계곡부터 개미등까지 경사가 제법 시작되는데, 아침의 기운과 일찍 시작한 등산에 몸도 마음도 정화되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 오르다보니, "미운우리새끼"에서도 보았던 계단도 만나게 되었다.

이때는 몰랐다. 그렇게 많은 계단이 남아 있는지....ㅋㅋㅋ

 

일찍 등산을 시작한 덕에 한참 오르다보니 머리위로 나무사이 사이를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너무나 예쁘고 기분좋게 만들어줬다.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이, 앞으로 너무너무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살짝 흥분되었던 것 같다. 

간간히 벌써 하산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중간중간 만나는 분들은 하산보다는 아무래도 등산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다.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이 건네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마음이 흔들리던 때라 그 인사 하나가 참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나무 사이를 지나 하늘이 보일때가 되면 저 멀리 뾰족하게 올라온 삼각봉이 보인다. 

바로 여기가 삼각봉 대피소인데, 정말 빙산의 일각이긴 했지만 '우와~!'라고 첫 감탄을 내뱉게 되었던 것 같다.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오느라 난 땀도 식히고 멋진 경치에 사진도 찍을 겸 

삼각봉대피소에서 쉬어갔다. 다시 보아도 너무나 예쁜 삼각봉 대피소..

그렇지만 감탄하기엔 아직 이르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 한라산의 벽면을 보며 오르는 길이 나오는데,

이 또한 너무 너무 멋있어서 카메라가 쉴틈이 없다.  

정말 날씨가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했다. 맑은 하늘과 푸른 산이 어찌나 예쁘던지..

사진으로는 그날의 공기와 느낌이 모두 표현되지 않지만, 사진을 보며 그날의 기분을 나는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한참 감탄을 하고 제법 백록담이 가까워졌겠지 라는 기분으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하면,

이제..죽음의 계단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힘들면 잠시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또 멋진 경치에 힘듦이 사라진다.

 

그렇게 마주한 그날의 백록담!

10시가 채 되지 않아 도착했는데, 백록담 표지석 앞에 줄이 벌써 시작되었다.

한 2~30분 기다려 나도 인증샷을 하나 남겨보았다. 

인증샷을 찍고 백록담을 살짝 구경하고 나니 벌써 표지석 앞의 줄이 성판악 코스쪽 아래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들어보니 붐빌때는 약 2시간여까지도 기다린다고 하니, 날씨도 그렇고 세상 운이 좋았다.

사진을 후다닥 찍고 성판악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 저 멀리 제주바다까지 다 보여 너무 예뻤다.

점심은 진달래 대피소까지 하산하여 준비했던 김밥을 먹었다. 한라산엔 까마귀가 정말 많은데 그 크기가 정말 어린 아이만큼 크다.

한참 먹다보니 독수리만한 까마귀가 순식간에 날아와 너무 놀라 자빠질뻔 했다. 

더 가까이 올까봐 반 정도 먹은 김밥을 다시 가방에 넣고 하산을 서둘렀다.

 

한참 내려오다보니 사라오름을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등산화를 구비했더니

너무 말랑한 밑창의 등산화를 신고와서 발가락이 너무 아파 왕복 4km를 더 갈 자신이 없었다.

사라오름은 다음을 기약하며 무사히 하산하였고,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서 등정 인증서까지 완벽하게 인쇄해서 가져왔다!

 

 

거리는 약 18~19km되었고, 약 1,500여 칼로리를 소모할 만큼 긴 코스였지만

너무 즐거웠고 아름다웠고, 나를 등산으로 이끈 한라산 등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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